졸업 시즌이라 꽃집에 갔다가 덜컥 눈이 맞아서 작은 꽃 화분 세 개를 연구실에 들여왔다.
이름은 프리뮬라의 일종인 줄리안이라고 했다.
화분 세 개에 2천원. 너무 저렴해서 오히려 꽃이 안쓰러워 보인다.
연구실에 와서 관리법을 열심히 찾아봤다.
산세베리아 화분을 이미 하나 가지고 있지만, 선인장과 꽃은 확실히 포스가 다르다. 산세베리아야 한 달 쯤은 무심히 내버려 두지만 - 다만 이녀석은 이상하게도 직사광선에 약하다. 선인장인 주제에! - 연약해 보이는 꽃에는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줄리안이라는 꽃은 빛도 좋아하고 추위에도 강하다고 한다.
연구실 창가에 둬도 괜찮겠다 싶어서 창가에서 하룻밤을 재웠다.
다음날 연구실에 왔더니 보라색 꽃 화분이 시들시들 축 늘어져 있었다. 전에도 약골 산세베리아를 직사광선에 반나절 노출시켰다가 잎이 쭈굴쭈굴하게 된 적이 있어서, 꽃이 하루 만에 죽는가 하고 가슴이 아팠다.
혹시 건조해서 그런가 하고 물을 듬뿍 주고 창가에 다시 뒀더니, 늘어져 있던 꽃대와 꽃잎이 수 시간 만에 다시 생기를 찾았다. 신기하다! 선인장이 자라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반응이 빠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덧) 줄리안 덕분에 키만 멀대처럼 큰 산세베리아 잎을 살찌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잎 끝 부분을 살짝 잘라내면 꽃집에서 보는 것 처럼 통통해진다고 한다. 역시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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