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점심을 먹으러 시장으로 향했다. 간만에 몸보신으로 삼계탕을 먹고, 그냥 돌아오기가 섭섭해서 빵집에 들렀다. 맛나는 치즈케익과 커피를 앞에 두고 동행인들과 담소를 하며 psuedo-주말을 즐기던 사이 갑자기 쨍하고 햇님이 나왔다. 수 분 후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서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는 맑은 봄 햇살을 즐길 수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정말로 빛이 났다- 산과 구름맺힌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진이라도 찍어둘까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첫째, 필름을 사러 시장으로 돌아가기가 귀찮았고, 둘째, 카메라가 방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멋진 풍경이라도 이 미천한 실력으로 카메라에 담으면 그 빛이 퇴색되어 버리니, 사진을 찍을 시간에 두 눈으로 충분히봐 두는게 남는 것이라 위안을 하면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쉬었다. 지난 비에 아카시 나무 꽃은 다 떨어져 버렸는지 풀 냄새 흙 냄새만 맡을 수 있었다. 4월 내내 기다렸던 꽃이 1주일만에 퇴락해서 아쉬웠지만, 비 온 뒤 흙 냄새도 상쾌하니 좋았다.
지구가 아름답지 않았다면 살아가는 이유가 하나 쯤 줄어들었을텐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여유가 되면 스칸디나비아와 흑해와 아프리카에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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