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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年中無休
앞에도 밝힌 바 있듯이 요즘 지름신께서 강림 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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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 소비와 충동구매의 수호자.


지난 주말, 학회 차 대구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 - 어떻게 내 마음을 아셨는지 - 갑자기 노트북을 사주시겠다고 하셨다. 연말 쯤에 눈님을 착취(?)한 것 + BK 인센티브 받은 것 합해서 하나 장만할 생각이었는데 굳이 사 주신대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덕분에 인센티브는 그대로 저금. 물리학회가 열리던 EXCO 옆에 전자관이란 건물이 있어서 학회 끝나고 눈님이랑 둘이서 한참을 돌아다녔다. 휴대성에 중점을 둬서 Fujitsu Lifebook P1510이나 삼성 Q30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1510은 너무 작았고 Q30은 다음 모델인 Q35가 나온 바람에 구경도 못 했다. 고심고심하다가 결국에는 무게에서 약간 양보를 하고 좀 나은 스펙을 택하기로 결심, Dell Latitude D420을 (Core duo로!) 주문하게 되었다. 주문 과정에도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간신히 주문에 성공해서, 이 녀석은 지금 배에 실려 한국으로 배송되고 있는 중이다. (11월 1일에 도착 예정이란다. 목 빠지겠다.)


그리하여, 지름신은 물러갔다.. 라고 하면 이야기가 싱겁겠지. 거대한 지름 욕구가 물러가고 나니 사소한 다른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래는 구입하고 싶었던 다른 물건들도 있었지만, 노트북에 가려서 안 보였던 것이 노트북을 덜컹 갖게 되니 의식의 표면으로 둥둥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챙 달린 비니와 스케줄러/노트로 쓸 다이어리. 챙 비니는 인터파크에서 싸게 하나 구입하는 것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다이어리는 아직 생각 중이다. 원체 기록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지 않은지라 사 놓고 잊어버리는 것이 걱정인데, 이 기회에 기록하는 습관을 좀 기를까하는 생각도 들어서 쉽게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눈님만큼만 디지털 라이프에 익숙해져 있었어도 고민 없이 안 살텐데. web-based로 가면 되니까.

지름신 강림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가격이 만원 넘는 물건을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 물건을 처음 본 그 날 - 구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옷은 제외한다. 옷과 신발은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그 때 사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뭐 비싼 옷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무언가 필요하다 싶으면 구입하려는 대상을 놓고 가격이나 성능을 한참 비교하기도 하고 정말 필요한 것인지 몇 달씩 고민도 해 보다가 지를지 말지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내 소비 행태에서 굳이 문제가 될 부분이 있다면, '필요'가 때로는 작위적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과 내가 장난감같은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


필요가 작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식욕이나 성욕, 수면욕 같이 생존이 달린 욕구 이외에 작위적이지 않은 것이 있을까. 여기에서 작위적이라 함은 가슴 속에서 어느 날 '이런 것이 필요해'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어떤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런 것이 내게도 있으면 편하지(좋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는, extrinsic need를 의미한다. intrinsic과 extrinsic을 구분하기가 모호할 수 도 있으나 지금은 졸리니까 그 구분은 나중에 생각할테다. 어쨌든, 분수에 넘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당히 만들어진 필요는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들도 어떤 입장에서는 전혀 쓸모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순수하게 '장난감'에 분류되는 것 중 실제로 지른 것은 젤리카메라 밖에 없다. 나머지는 '정말 필요한가?'의 질문을 돌파하지 못하고 지름 리스트에서 중도탈락하고 말았다.

한참 쓰다 보니 지름에 대한 핑계를 대고 있는 것 같다. 알고 보면 눈님에게 말하고 싶었던게다. 생각없이 아무거나 막 지르고 싶어 하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 결론은 :

지름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과하다 싶은 것은 지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세계지도 사면 안될까?;;;;




덧1. 글을 쓰다가 발견한 사실. 나는 '~하기도 했지만 ~했다'는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왜일까?

덧2. '원체'는 한자말이었다. 순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元體라고 쓰더라.

덧3. 사진의 장난감들은 텐바이텐에 가면 찾을 수 있다.


2006/10/28 04:57 2006/10/28 04:57
erniea

한국말로는 원캉[...]

sid

엄마말로 원캉;;

uzo

파이어폭스 깔았다아...
mp3 파일이 재생이 안 되네...
Windows media plugin 으로 안 되는건가; 퀵타임으로 쓰는거야? ㅠ_ㅠ;

sid

응? 난 별 문제 없는데.. 글쎄 아직 FF 2.0으로 업데이트 안해서 2.0에서는 어떤지 모르겠군. 아이튠즈 때문에 퀵타임은 깔려 있으니 +_+ 퀵타임이 재생해 주고 있는걸까?

sid

그리고 FF라면 역시 확장기능! 그 중에서도 최고는 All-in-one Gestures!
여기에 가면 확장기능/테마를 받을 수 있지.
http://update.mozilla.or.kr/
FF 2.0은 아직 테마가 많지 않지만 좀 기다리면 멋지게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을거야.

gofeel

왠지 정규와 자네 노트북의 모델에 대해 논의하던 시간들이 허무해졌다.

sid

1510도 (특히 무게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 친구 녀석 쓰는 걸 잠시 빌려서 타자를 쳐보고는 마음을 바꿨어요. 폭이 좁아서 그런지 글쇠를 누를 때 느낌이 좀 불편하더라구요. :) 후회는 안 할겁니다. 모레 받아 봐야 알겠지만.. ㅎㅎ 그리고 원래 사는게 허무하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