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年中無休
학부 졸업할 때 선물 받고서는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워터맨 필레아 만년필 F촉을 최근에 발굴해서 쓰다가, 조금 더 가늘게 글씨를 쓰고 싶어서 라미 사파리를 EF촉으로 구입해 보았다..


비교

글씨 굵기는 필레아(F) 쪽이 약간 더 가늘다. 그런데 사진에서는 비슷하게 보인다.
무게는 사파리(EF)가 한결 가볍다.
길이는 사파리(EF)가 1cm 정도 더 길다.
잉크 흐름은 (아마 잉크의 점도가 달라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자사 브랜드의 잉크 카트리지를 끼웠을 때, 사파리(EF) 쪽이 풍부하다. 흘러 넘친다..라고 하기 일보직전 정도? 필레아는 그에 비해 절제된 느낌이다. 둘 다 흐름이 끊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필기감. 다들 말하듯이 사파리(EF)는 연필이나 샤프를 쓰는 것 같이 사각거리고, 필레아(F)에 비해서 촉이 단단한 느낌을 준다. 필레아(F)는 종이의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사파리(EF)에 비해 촉에 탄력이 있다.
외형을 보면, 같은 플라스틱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필레아(F)는 소위 나이 들어보이는 디자인인데 반해 사파리(EF)는 현대적임을 넘어서 장난감처럼 보인다. 빨간색이라서 그런지도. (필기 속도가 세 배 빨라진다는?!)

좀 더 주관적인 필기감 비교. 글을 쓸 때 손가락에 들어가는 텐션은 사파리 쪽이 훨씬 적다. 필레아는 촉이 부드러워서 눌러쓰면 안 될 것 같은 부담을 나도 모르게 느끼고 있는가 보다. 사파리는 촉이 단단하게 버텨주는 느낌이 있어서 손이 편하다. 게다가 연필같은 사각거림도 마음에 든다. 글씨가 굵더라도 감내하고 쓸만 하다. 연습장에 긁으면서 놀면 좋겠다.

결국 더 가는 글씨를 원하던 나의 바람은 일단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_= 비교를 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쓰면 쓸 수록 만년필은 멋진 도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좋은 만년필은 비싸다..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살다가, 다시 세필이 그리워지면 필레아 EF촉만 구입해서 갈아끼워 봐야지.

덧. 라미 잉크가 상대적으로 점성이 약한 듯하니 다른 잉크로 시험을 해 보는 게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좋을 듯 싶다. 카트리지 다 쓰면 워터맨 잉크로 시험해 봐야겠다.

덧2. 사진 찍는다고 한동안 뚜껑을 열어놨다가 다시 글씨를 쓰니까, 확실히 사파리 촉이 덜 말라있다.


2008/04/01 20:34 2008/04/01 20:34
맥퓨처

혹시 몰스킨에서 써보신 적 있으신가요? 몰스킨용으로 사용할 펜을 찾고 있는데 딱 맘에 드는게 없군요.. 필기감 때문에 만년필 촉으로 되어 있는 것을 찾고 있습니다만 만년필 촉으로 된 것들은 죄다 번지더라구요.. T.T (정작 몰스킨에 메모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펜 타령만 하고 있습니다.. ^^..)

sid

몰스킨은 쓰지 않아서 테스트 해 볼 수가 없네요. 시필 사진은 더블에이 A4 종이에 쓴 건데, 좀 더 얇고 흡수가 잘되는 메모장에 써 봤더니 라미 사파리가 더 많이 번지는게 보였습니다. 물론 잉크의 성질이 달라서 그럴걸지도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읽기에 워터맨 잉크도 점성이 높은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펜촉의 특성이 그런 것 같아요.
번지는게 싫으시다면 세필 경향의 만년필을 고려해 보시는데 어떨까요? 여기저기 둘러보니까 가는 글씨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세일러 만년필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서울 쪽에는 직접 시필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만년필 매장도 있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시는 만년필 찾으시길 바래요. ^^